About
Artist's Statement
나의 작업은 디지털 매체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조형물로 확장되는 과정을 중심에 둔 다. 픽셀은 단순히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아니라, 현실과 가상, 물성과 비물성의 경계 를 탐색하는 핵심 매개체로 작동한다. 나는 디지털 환경에서 캐릭터를 픽셀 기반으로 디자인하고, 이를 물리적인 재료를 통해 3차원 조형물로 변환한다. 이러한 변환 과정 은 가상 이미지를 현실로 옮기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며, 서로 다른 매체가 만나는 새 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픽셀 캐릭터들은 주로 일상적인 사물과 생명체의 결합을 통해 탄생한다. 서로 다른 성 질의 대상을 결합하여 새로운 존재를 만든다. 이러한 조합은 단순한 형상 결합을 넘 어, 사물의 속성과 의미를 재조합함으로써 상상적 생명체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 이 있다. 캐릭터들은 친근하고 유쾌한 형태를 취하며, 서로 다른 사물 간의 관계를 새 롭게 바라보게 하고,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선 상상력을 발견하게 한다. 픽셀을 조형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로우폴리(low-poly)’ 스타일을 활용한다. 초 기 3D 게임에서 보이는 단순하고 각진 형태는 조형적인 최소 단위로서 디지털과 아 날로그 사이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블록을 활용한 작업에서는 조립 가능성과 놀이적 요소를 강조하며, 하나의 픽셀을 하나의 조형 단위로 삼아 캐릭 터를 구현한다. 이는 내가 만든 캐릭터가 장난감이자 조형물이 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작업에 '저해상도 이미지'의 속성을 반영하고자 한다. 저해상도의 픽셀 이미지 는 적은 정보량과 단순한 형태를 갖기 때문에, 물질로 구현할 때도 불완전하고 가벼운 형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 특히 '로딩(Load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가 완전히 구현되기 전의 형성 중인 상태—즉 가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하고 불안정한 지 점을 시각화한다. 이는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진행 중인 이미지로서의 조형물을 제 시하며, 관객이 디지털 이미지의 생성 과정과 그 시간성을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작업이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말한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의 개념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저해상도 픽셀 이미지는 단순한 기술적 결핍이 아니 라, 이미지의 확장성과 접근성, 그리고 기존 제도 바깥에서 존재하는 힘을 상징한다. 나는 픽셀 캐릭터를 회화나 조형물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이러한 빈곤한 이미지가 어떻게 다시 실재의 감각을 가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이처럼 나의 작업은 복제와 원본, 디지털과 아날로그, 놀이와 조형,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모호한 경계 위에 놓여 있으며, 픽셀을 통해 그 경계를 가시화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